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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이간 너를 이해하려했다

《100일간 너를 이해하려 했다》

1화. 첫 만남

[서연 – ISTJ]

소개팅 자리.
정확히 3분 전에 도착했다.
근처 카페를 미리 알아뒀고, 앉을 자리는 바깥 창가로 요청했다.
사람을 만나기 전엔 항상 같은 루틴을 반복한다.
마음의 준비는 끝났다고 생각했다.

“서연씨?”

고개를 들었다.
생각보다… 잘 웃는 사람이다. 낯선데, 어딘가 익숙한 듯한 에너지.

“앗, 저 지후예요. ENFP. 아 이건 농담이에요. MBTI 너무 유행이라 하도 말하게 되더라고요, 하하…”

말이 많았다.
아니, 말이 많고, 빨랐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눈을 마주치지 않았다.


[지후 – ENFP]

처음부터 좋았다.
딱딱한 정장, 곧은 자세, 잔잔한 눈빛.
뭔가 있겠다 싶었다. 미스터리한 느낌이랄까?

근데… 대답이 없다.
"커피 좋아하세요?"
"...네."
"아이스로 드세요?"
"...따뜻한 거요."
"혹시 MBTI ISTJ 아니세요?"

그제야 눈을 동그랗게 떴다.
빙고였다.


[서연의 내면]
ENFP… 인터넷에서 본 그 유형.
‘즉흥적이고 감정 표현이 많고, 가끔은 과해진다’는 설명이 생각났다.

나는 감정을 예측할 수 없는 게 가장 불편하다.
그런데 그가 웃을 때, 조금… 나도 웃을 뻔했다.


[지후의 내면]
조금 무서웠다.
웃지도 않고, 반응도 없고, 뭐 생각하는지 모르겠는 표정.

그런데... 묘하게 끌렸다.
다 알고 싶은 마음.
그게 시작이었다.


[DAY 1 / 감정지수]
서연 26% - "긴 하루였다."
지후 74% - "너무 궁금해. 다음 약속 잡아야겠다."

 

 

ENFT 남성

 

 

2화. 계획형과 즉흥형의 첫 데이트


[지후 – ENFP]

"우리 여기 가요! 이 근처에 숨겨진 미술관 있는데, 진짜 예뻐요.
아! 그거 끝나고 한강 가서 햇살 보면서 커피 마시면 완전 딱이죠.
그리고 저녁은… 아 맞다, 제가 가보고 싶던 맛집 있는데요—"

“지후씨.”

“네?”

“혹시… 지금 몇 군데 가려는 거예요?”


[서연 – ISTJ]

이건 데이트가 아니라… 탐방이었다.
계획표는 없고, 장소만 있었다.
정해진 시간, 동선, 이동 거리? 고려하지 않은 눈치다.

나는 평소라면 이쯤에서 ‘그만하자’고 판단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가 열심히 말하는 모습이 나쁘지 않았다.
뭐랄까, 진심으로 즐겁다는 느낌.

그래서…
오늘 하루만은 조금 흐트러져 보기로 했다.

“미술관부터 가죠.”


[지후 – ENFP]

헉… 설득당한 거야?
아니, 내가 설득한 건가?

그녀가 조금 웃었다. 아주 약간.
진짜 미세했는데, 내가 본 건 확실하다.


[서연의 내면]
낯설다.
시간이 흘러가는 대로 흘러가게 두는 게, 생각보다 나쁘지 않다.
그리고 이상하게… 그가 말할 때는 조용히 들어주고 싶어진다.


[지후의 내면]
생각보다 어렵다.
하지만, 어렵다고 포기하고 싶지 않은 사람이 처음이다.


[DAY 8 / 감정지수]
서연 44% - "혼란스럽지만, 재미있었다."
지후 85% - "이 사람과 더 오래 있고 싶다."

 

ISTJ 여자

 

3화. 침묵과 감정 사이


[지후 – ENFP]

오늘은 약속 장소에 늦지 않으려고 20분 일찍 나왔다.
그녀가 시간에 예민하다는 걸 이제 안다.
그래서 이번엔, 내가 맞추기로 했다.

근데 서연이 도착하자마자 묘한 분위기였다.
인사도, 눈빛도 평소랑 다르다.
내가 뭘 잘못했을까?

“무슨 일 있어요?”

“…아니요. 괜찮아요.”

“괜찮아 보여서 괜찮다고 한 건가요? 아니면 진짜 괜찮은 거예요?”

“…그냥 좀 피곤해서요.”


[서연 – ISTJ]

그는 정말 눈치가 빠르다.
아니, 관심이 많은 건가?

사실은, 지난 주말.
그가 '다음에 연락할게요' 하고 연락이 없었던 이틀.
별일 아닐 수도 있다.
근데 나는 그게 계속 마음에 걸렸다.

그가 나를 가볍게 생각하는 걸까?
아니면, 나는 그냥 그의 바쁜 하루 중 하나일 뿐일까?

근데 이런 생각을 말하는 게 익숙하지 않다.
말로 하면 괜히 나만 이상한 사람이 될까 봐.
그런 말, 해본 적이 없다.


[지후의 내면]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는데
이런 분위기 너무 불편하다.
말을 해줘야 나도 뭘 고치든 말든 하지…

“서연씨, 솔직히 말해줘요. 나 뭐 잘못했어요?”

“아니라고 했잖아요.”

“…그럼 왜 이러는 건데요?”


[서연의 내면]

왜 자꾸 캐묻지?
나는 시간이 필요하다.
내 감정을 정리할 수 있는… 그런 조용한 공간.

그는 왜, 모든 걸 즉시 해결하려고 하는 걸까?


[지후 – ENFP]

나는 감정을 모른 척하고 넘기는 걸 제일 싫어한다.
이렇게 침묵으로 버티면, 더 불안해진다.

“나는… 말해주는 사람이 좋아요.
서운한 게 있으면 그냥, 얘기해줘요. 그래야 나도 알아요.”

그녀는 그 말에 잠깐 눈을 내렸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서연 – ISTJ]

어쩌면 나는 너무 내 방식에 익숙했을지도 모른다.
침묵은 내 방식의 말이었다.
하지만 그는 그 침묵에 상처받고 있었다.

“…그날, 연락 없던 거. 서운했어요.”

그의 눈이 조금 동그랗게 커졌다.
그리고… 웃었다.

“말해줘서 고마워요.”


[DAY 21 / 감정지수]
서연 58% - "표현한다는 건 아직도 어색하지만, 나쁘진 않다."
지후 82% - "드디어 우리 사이가 열리기 시작했다."

 

4화. 말하지 않아도 되는 사람?


[서연 – ISTJ]

오늘은 그를 위해 작은 도시락을 쌌다.
요즘 야근이 많다고 해서, 간단하게 먹을 수 있는 김밥과 삶은 계란,
그리고 자주 마신다는 커피까지 챙겨 넣었다.
포장은 그가 좋아하는 초록색.
아무 말 안 했지만, 나는 기억하고 있었다.

이 정도면… 말 안 해도 알겠지?


[지후 – ENFP]

“우와, 진짜요? 서연씨가 이걸요?”

도시락을 열었을 때, 감동했다.
진짜 감동했다.
근데… 그냥 그게 끝이었다.
그녀는 아무 말 없이 앉아 있었다.
기분이 좋은 건 알겠는데,
"좋아한다"는 말 한 마디가 듣고 싶었다.

"저기… 이런 거, 진짜 좋아요. 근데 왜 이렇게 조용하세요?"

“…뭐가요?”

"음… 그냥요. 예를 들면, 내가 좋다거나 그런 거?"


[서연의 내면]

그는 왜 자꾸 확인받고 싶어할까.
이 도시락이, 내가 표현한 감정이었는데.

나는 말을 잘 못 한다.
특히 감정은 더더욱.
하지만 마음이 없었다면, 이런 준비도 안 했을 것이다.

그런데 그에게는 ‘표현되지 않은 사랑’은 사랑이 아닌 것 같았다.

“…내가 말은 잘 못해요. 하지만… 싫으면, 이런 거 안 해요.”


[지후의 내면]

그 말이, 이상하게 마음에 닿았다.
‘싫으면, 이런 거 안 해요.’

이게 그녀의 방식이라는 걸 이제 조금 알 것 같다.
하지만 나는, 아직도 그 한 마디가 듣고 싶다.

"알겠어요.
대신 가끔은, 말로도 해주면 좋겠어요.
그럼 나 혼자 헷갈리지 않을 테니까."


[서연의 내면]

그가 바라는 게 그렇게 큰 건 아닐지도 모르겠다.
말 한 마디.
고작, 말 한 마디.

"...알겠어요. 노력해볼게요."


[DAY 32 / 감정지수]
서연 65% - "내가 익숙하던 사랑의 방식이 전부는 아니라는 걸 조금씩 배워간다."
지후 88% - "그녀가 한 발짝 내 쪽으로 다가왔다. 이게 얼마나 큰 의미인지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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